요즘 둘째를 보면서 말에 대해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하는 말은 생각보다 정말 잘 알아듣습니다. “이거 가져와.”라고 하면 가져오고, 무엇을 해달라고 이야기하면 알아듣고 행동합니다. 평소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제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직접 소리를 내어 표현하는 모습은 조금 다릅니다.
놀이하면서 의성어나 의태어를 들려주고 따라 해볼 수 있게 해도 소리는 내지 않고 입만 뻥긋뻥긋할 때가 있습니다. 제 입을 보고 입 모양을 움직이는 것 같은데 실제 소리로 이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 부모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 앞에서 말을 조금 더 자주 해주려고 합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도 보이는 것을 짧게 이야기해주고, 일상에서 함께 움직일 때도 아이가 보고 있는 것을 말로 표현해 줍니다. 잠들기 전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는 구분해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부모의 말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와 아이가 직접 얼마나 소리와 말로 표현하는지는 같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말을 잘 알아듣는 모습은 분명 중요한 발달의 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해를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표현하는 말이 적은 부분까지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래서 말이 늦다고 느껴질 때는 단어 개수 하나만 세기보다 알아듣는 말과 직접 표현하는 말, 몸짓과 소리, 사람과 주고받는 모습을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가져와”는 알아듣는데 왜 말은 따라 하지 않을까요?
아이의 말을 관찰하면서 가장 먼저 구분해 볼 수 있는 것이 이해하는 것과 표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 가져와.”라는 말을 듣고 공을 가져오거나 “신발 신자.”라는 말을 듣고 신발이 있는 곳으로 간다면 부모가 하는 말을 듣고 행동으로 연결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단어로 말하거나 들은 소리를 직접 따라 해보는 것은 표현하는 쪽의 모습입니다.
저희 둘째를 보면서 이 차이가 더 잘 보였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알아듣고 행동하는데, 의성어나 의태어를 들려주면 소리를 내지 않고 입만 움직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알아듣는 건 잘하는 것 같은데 왜 소리 내어 따라 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럴 때는 ‘말이 늦다’는 한 문장으로 아이의 모습을 묶어버리기보다 각각 나누어 보는 편이 낫습니다.
| 살펴볼 부분 | 생활에서 볼 수 있는 모습 |
|---|---|
| 말 이해하기 | 익숙한 부탁이나 간단한 말을 듣고 행동으로 반응하는지 봅니다. |
| 몸짓으로 표현하기 | 가리키기, 고개 끄덕이기, 손을 잡아끄는 행동 등으로 의사를 전달하는지 봅니다. |
| 소리와 말로 표현하기 | 옹알이, 의미 있는 소리, 단어 등 실제로 소리를 내어 표현하는 모습이 있는지 봅니다. |
| 주고받기 | 부모가 말을 걸었을 때 표정, 소리, 몸짓 등으로 다시 반응하는지 봅니다. |
| 소리에 반응하기 | 이름을 부르거나 생활 속 소리가 들릴 때 자연스럽게 반응하는지 살펴봅니다. |
이 표에서 몇 개를 하면 괜찮고 몇 개를 못하면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판단하기 위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의 의사소통을 단어 수 하나로만 보지 않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관찰하기 위한 기준입니다.
특히 말을 잘 알아듣는다고 느껴지는 아이라면 그 모습은 그대로 관찰하되, 실제로 내는 소리와 단어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도 별도로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말을 많이 해주는 것보다 ‘주고받는 순간’을 만들어보세요
아이의 표현하는 말이 적으면 부모는 자연스럽게 말을 더 많이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아이와 함께 있을 때 일부러 말을 더 자주 해주려고 하고 잠들기 전에도 아이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아이와 이야기하고, 함께 놀고, 그림책을 읽으며 말을 들려주는 것은 일상에서 해볼 수 있는 좋은 상호작용입니다.
다만 부모가 계속 이야기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가 반응할 자리를 남겨두는 것도 함께 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가지고 놀면서 부모가 “부릉부릉”이라고 말했다면 곧바로 “부릉부릉 해봐.”라고 반복해서 요구하기보다 잠시 기다려보는 것입니다.
아이가 소리를 내지 않고 입만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자동차를 밀거나 부모 얼굴을 쳐다볼 수도 있습니다.
그때 반드시 정확한 소리를 내야만 반응한 것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보여준 반응을 받아주면서 다시 짧은 말을 붙여줄 수 있습니다.
강아지를 봤다면 “강아지네. 멍멍.”, 공이 떨어졌다면 “공이 쿵.”처럼 아이가 지금 보고 있거나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 짧은 말을 붙이는 방식입니다.
그림책을 볼 때도 계속 문제를 내듯 “이게 뭐야?”라고 물을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가 자동차 그림을 가리키면 “자동차네. 자동차가 간다.”라고 이야기하고 잠시 기다립니다. 아이가 다른 그림을 가리키거나 소리를 내면 그 반응을 따라 다시 말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부모가 말한다 → 잠깐 기다린다 → 아이가 자기 방식으로 반응한다 → 부모가 그 반응에 다시 말을 붙인다.
제가 요즘 아이에게 말을 많이 해주면서 함께 신경 쓰려고 하는 부분도 바로 이것입니다. 단순히 아이가 듣는 말의 양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소리든 표정이든 몸짓이든 다시 반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입만 뻥긋거린다고 해서 “왜 소리를 안 내?”라고 반복해서 재촉하기보다 실제로 소리가 조금씩 늘어나는지, 새로운 표현이 생기는지를 함께 지켜보려고 합니다.
잘 알아듣는다면 계속 기다리기만 해도 될까요?
이 부분은 부모 입장에서 가장 고민되는 지점입니다.
“내가 하는 말은 다 알아듣는데 조금 늦게 말하는 것뿐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을 이해하는 모습은 분명 함께 살펴봐야 할 중요한 정보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표현하는 말의 발달까지 괜찮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발달 이정표를 보면 이 차이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18개월 무렵에는 몸짓 없이 간단한 한 단계 지시를 따르는 모습과 함께 ‘엄마·아빠’ 이외의 단어를 세 개 이상 말하려는 모습 등이 언어·의사소통 발달을 살펴보는 항목에 포함됩니다.
즉, 알아듣는 모습과 직접 말하려는 모습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발달 이정표가 모든 아이가 정확히 같은 시기에 똑같은 말을 해야 한다는 시험표는 아닙니다. 아이마다 발달 속도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말을 잘 알아들으니까 언젠가는 하겠지.”라고 표현하는 말의 변화를 계속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단어 개수만 세기보다 새로운 소리가 생기는지, 표현하는 방법이 늘어나는지, 부모와 주고받는 모습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소리에 대한 반응도 같이 볼 수 있습니다. 이름을 불렀을 때 반응이 일정하지 않거나 생활 속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단순히 표현하는 말이 늦은 문제로만 생각하지 않고 의료진과 상의해 청력 확인이 필요한지도 물어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전에 하던 말이나 의사소통 행동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등 이미 하던 능력을 잃는 모습이 있다면 기다리기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밖에도 아이의 나이에 비해 표현하는 말이 적은 것이 계속 걱정되거나, 이해하는 말·몸짓·소리에 대한 반응·사람과의 의사소통에서도 함께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소아청소년과에서 현재 발달 상태를 상의해 볼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청력검사나 언어·발달 평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상담을 받는 것은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미리 결론 내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아이가 어느 부분까지 발달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저 역시 지금 둘째가 말을 잘 알아듣는다는 점만 보고 안심하거나, 반대로 의성어와 의태어를 바로 따라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조급하게 결론을 내리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대신 일상에서 말을 많이 들려주고 아이가 반응할 시간을 만들어주면서 표현하는 소리와 말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지켜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아이에게 새로운 말을 하나 더 시키기보다 내가 한 말을 들은 뒤 아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한 번 자세히 보세요.
말을 듣고 물건을 가져오는지, 원하는 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지, 입 모양을 따라 하는지, 작은 소리라도 내보려 하는지, 부모가 기다렸을 때 다시 어떤 반응을 보내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단순히 “말이 늦다”라고 생각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아이의 현재 모습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말을 알아듣는 것과 직접 표현하는 것은 따로 보되, 둘을 함께 관찰하는 것. 지금 아이의 언어 발달을 살펴볼 때 제가 가장 먼저 확인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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