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바닥에 자동차, 블록, 인형이 잔뜩 널려 있습니다. “이제 정리하자.”라고 말해도 아이는 계속 놀거나 다른 장난감을 꺼냅니다. 몇 번 더 말하다 보면 저도 마음이 급해지고 결국 먼저 장난감을 주워 담게 됩니다.
저희 집도 퇴근 후 이런 일이 자주 반복됩니다. 분명 조금 전 치웠는데 돌아보면 다시 장난감이 펼쳐져 있고, 치우면 어지르고 또 치우면 다른 장난감을 꺼냅니다. 저녁 준비부터 씻기기, 잠자리까지 해야 하는 시간이라 저도 모르게 짜증이 날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제가 빨리 치워버리기보다 가능하면 아이와 함께 정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리도 놀이처럼 해보면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으면 마지막에는 제자리로 돌려놓는다”는 흐름을 알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매번 정리를 어려워한다면 습관을 들이기 전에 한 가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정리 과정의 어디에서 막히고 있을까요?
정리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서 막히는 걸 수도 있습니다
어른에게 장난감 정리는 단순해 보입니다. 바닥에 있는 장난감을 종류별로 나누고 원래 있던 자리에 가져다 놓으면 됩니다.
하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먼저 재미있게 하던 놀이를 멈춰야 합니다. 그다음 무엇부터 치울지 정하고, 장난감이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한 뒤 직접 가져가 넣어야 합니다. 하나를 치웠다면 다시 돌아와 다음 장난감을 골라야 합니다.
이렇게 나눠보면 정리는 놀이 멈추기 → 정리할 것 고르기 → 제자리 찾기 → 가져다 놓기 → 다음 장난감으로 넘어가기라는 여러 행동이 이어지는 과정입니다.
아이가 이 중 어느 한 단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면 부모 눈에는 그저 ‘정리를 안 하는 아이’로 보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리하자는 말을 듣고도 계속 자동차를 가지고 논다면 어디에 넣는지 몰라서가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를 끝내는 것이 어려운 것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동차를 들고 한참 서 있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또는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가 분명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아이의 모습 | 먼저 확인할 것 |
|---|---|
| 정리하자고 해도 계속 논다 | 놀이가 곧 끝난다는 것을 미리 알려줬는지 봅니다. |
| 장난감을 들고 가만히 있다 |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알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
| 몇 개 넣다가 다시 놀기 시작한다 | 한 번에 해야 할 정리의 양이 너무 많지 않은지 봅니다. |
| 부모가 치우기 시작하면 자리를 떠난다 | 기다리면 결국 부모가 대신 치우는 흐름이 반복됐는지 살펴봅니다. |
같은 ‘정리를 안 한다’는 모습이라도 막히는 부분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정리 습관 전체를 고치려고 하기보다 아이가 혼자 하기 어려워하는 한 단계를 쉽게 만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저희 집도 매일 “정리하자”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사실 저도 빨리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저녁도 준비해야 하고 아이도 씻겨야 하고 잠자리까지 준비해야 하는데 바닥에 장난감까지 가득하면 마음부터 급해집니다.
특히 치워놓은 장난감을 아이가 바로 다시 꺼내놓으면 “방금 치웠는데 또?”라는 생각이 듭니다. 몇 번을 말해도 그대로일 때는 저도 짜증이 납니다. 그냥 제가 전부 주워 담는 것이 훨씬 빠른 날도 많습니다.
그래도 가능하면 아이와 함께 정리하려고 합니다. 자동차를 바구니에 하나씩 넣어보기도 하고, 누가 먼저 넣는지 해보면서 정리를 놀이처럼 만들어보기도 합니다. 아이 혼자 완벽하게 정리하게 만드는 것보다 놀고 난 뒤에는 함께 제자리로 돌려놓는다는 경험을 반복하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한다고 매일 순조롭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날은 같이 잘 넣다가 갑자기 다른 장난감을 꺼내고, 어떤 날은 정리하자는 말부터 싫어합니다. 아이와 함께하면 제가 혼자 치우는 것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릴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거실 전체를 한꺼번에 정리시키려고 하기보다 아이가 할 일을 작게 나누려고 합니다. 자동차와 블록, 인형이 모두 나와 있다면 “다 정리해.”라고 하기보다 “자동차는 네가 이 바구니에 넣어줄래?”처럼 한 가지를 맡기는 식입니다.
부모는 블록을 넣고 아이는 자동차를 넣으면서 함께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정리가 어느 정도 놀이처럼 느껴지도록 “자동차 집에 데려다주자.”라고 말하거나 바구니에 하나씩 넣어보는 것도 저희 집에서는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제가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집을 항상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장난감을 꺼내 재미있게 놀았다면 정리하는 것까지가 놀이의 마지막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 이렇게 말하고 있다면 | 이렇게 바꿔볼 수 있습니다 |
|---|---|
| “장난감 다 정리해.” | “자동차는 네가 이 바구니에 넣어줄래?” |
| 놀이 중 갑자기 정리를 시킨다 | 조금 뒤 정리할 것이라고 미리 알려줍니다. |
| 아이 혼자 모두 정리하게 한다 | 부모와 종류를 나눠 함께 시작합니다. |
| 아이가 늦으면 바로 대신 치운다 | 작게 맡긴 부분은 아이가 해볼 시간을 줍니다. |
아이가 자동차 몇 개를 넣었다면 “정리 잘했어.”라고만 말하기보다 “자동차를 바구니에 넣었네.”처럼 방금 한 행동을 이야기해 줄 수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거실 전체를 혼자 정리하는 것을 목표로 잡지 않아도 됩니다. 부모와 함께 시작하고 아이가 익숙해지면 조금씩 맡는 부분을 늘려가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계속 어렵다면 아이보다 장난감 수를 먼저 봐보세요
함께 정리하고 할 일을 작게 나눠줘도 매번 시작하기 어려워한다면 이번에는 아이가 아니라 거실을 한번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바닥에 자동차, 블록, 퍼즐, 인형처럼 여러 종류의 장난감이 한꺼번에 나와 있다면 아이에게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몇 개를 바구니에 넣는 것과 여러 종류의 장난감 수십 개를 분류해 치우는 것은 과제의 크기가 다릅니다.
이럴 때는 아이에게 더 많이 치우라고 하기 전에 한 번에 나와 있는 장난감의 양을 줄여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자주 가지고 노는 장난감은 손이 닿는 곳에 두고, 한동안 찾지 않는 장난감은 다른 곳에 보관했다가 나중에 바꿔줄 수 있습니다. 정리함도 너무 세세하게 나누기보다 자동차, 블록, 인형처럼 아이가 알아보기 쉬운 큰 종류로 나누는 편이 단순합니다.
글자를 아직 읽지 못한다면 정리함에 들어가는 장난감의 사진이나 그림을 붙여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부모에게 계속 “이건 어디에 넣어?”라고 묻지 않고 아이가 직접 자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정리를 못 한 날만 보지 말고 비교적 잘했던 날에는 무엇이 달랐는지도 살펴보세요.
장난감이 적게 나와 있을 때는 곧잘 하는데 많이 꺼낸 날에만 포기한다면 정리해야 할 양을 줄이는 것이 먼저일 수 있습니다. 부모와 함께할 때는 잘하는데 혼자 하라고 하면 멈춘다면 아직은 함께 시작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정리뿐 아니라 옷 입기나 외출 준비처럼 여러 단계가 필요한 일상 활동에서도 지시를 이해하거나 순서대로 수행하는 데 지속적으로 큰 어려움을 보인다면 단순히 정리 습관의 문제라고만 단정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의 연령과 발달 수준에서 현재 어느 정도의 과제를 할 수 있는지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늘은 “장난감 정리해.”라는 말을 반복하기보다 아이와 한 종류만 함께 치워보세요.
“자동차는 네가 넣고 엄마는 블록을 넣을게.”처럼 역할을 작게 나눠도 좋습니다. 아이가 몇 개만 넣고 끝냈다고 해서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다음 놀이가 끝났을 때 다시 같은 과정을 반복해 볼 수 있습니다.
저도 퇴근 후 치우면 다시 어질러지는 모습을 보면 짜증이 날 때가 있습니다. 몇 번을 말해도 그대로인 날에는 그냥 제가 빨리 치워버리는 게 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요즘은 아이와 함께 자동차 하나, 블록 하나라도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려고 합니다. 오늘 당장 거실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보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으면 마지막에는 함께 정리한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려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물론 내일도 장난감은 다시 바닥에 펼쳐질 겁니다. 치우면 또 어지르고, 다시 함께 치우는 일도 반복될 겁니다. 그래도 그 반복 속에서 아이가 조금씩 자기 장난감을 제자리로 가져다 놓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것부터 정리 습관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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