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다 했어?”라고 물었을 때 아이는 분명히 다 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하지 않은 숙제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사실을 알고 나니 저도 순간적으로 “왜 거짓말했어?”라는 말부터 하고 싶었습니다.
한두 번이라면 넘어갈 수도 있지만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걱정이 됩니다. 숙제를 하지 않은 것보다 거짓말하는 습관이 생기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가 사실과 다른 말을 했을 때는 거짓말의 내용만 보기보다 그 말을 함으로써 무엇을 피하려고 했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혼나는 것이 무서웠는지, 부모를 실망시키기 싫었는지, 아니면 상상한 일을 실제처럼 이야기한 것인지에 따라 부모가 해줄 이야기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과 다른 말이라고 모두 같은 거짓말은 아닙니다
아이가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고 해서 모두 같은 이유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어린아이에게는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아직 분명하지 않은 시기가 있습니다. “오늘 공룡이 어린이집에 왔어.”처럼 상상한 이야기를 실제 있었던 것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반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거나 잘못한 일이 있을 때 혼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말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숙제를 하지 않았는데 “다 했어.”라고 말하거나 자신이 물을 쏟고도 “내가 안 했어.”라고 말하는 경우입니다.
겉으로 보면 모두 거짓말이지만 부모가 확인해야 할 것은 다릅니다.
| 아이의 모습 | 먼저 살펴볼 부분 |
|---|---|
| 상상한 일을 실제처럼 이야기한다 | 상상놀이와 실제 있었던 일을 아직 혼동하고 있는지 봅니다. |
| 자신이 한 일을 아니라고 한다 | 혼나거나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것인지 살펴봅니다. |
|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한다 | 실패하거나 부모를 실망시키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지 봅니다. |
|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린다 | 잘못을 인정했을 때 생길 결과를 두려워하는지 살펴봅니다. |
특히 부모가 이미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질문하는 방식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닥에 물을 쏟는 모습을 부모가 이미 봤는데 “네가 그랬지?”라고 계속 묻거나, 숙제를 하지 않은 것을 확인한 상태에서 “숙제 정말 다 했어?”라고 다시 묻는 방식입니다.
이럴 때는 답을 알고 있는 질문을 반복하기보다 부모가 확인한 사실부터 말해볼 수 있습니다.
“바닥에 물이 쏟아졌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줄래?”
“숙제장을 보니까 아직 안 한 부분이 있네. 어떻게 된 건지 이야기해 줄래?”
목표를 ‘거짓말을 잡아내는 것’에 두기보다 아이가 실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도록 만드는 쪽으로 바꿔보는 것입니다.
저도 숙제를 했다는 아이의 말을 그대로 믿었던 적이 있습니다
저도 아이에게 숙제를 다 했는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아이는 다 했다고 대답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하지 않은 숙제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왜 거짓말했어?”라는 말부터 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숙제를 하지 않은 것도 속상한데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한 것까지 알게 되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에게는 숙제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그 사실을 말했을 때 혼날 것이 더 무서웠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두 가지를 따로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숙제를 하지 않은 것은 해결해야 할 일이고, 숙제를 했다고 사실과 다르게 말한 것은 다시 이야기해야 할 일입니다.
숙제를 안 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고 해서 숙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남은 숙제는 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사실대로 이야기했다면 그 부분은 따로 받아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숙제를 안 한 건 지금부터 해야 해. 그래도 못 했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면 어떻게 할지 같이 생각할 수 있어.”
이렇게 말하면 아이가 ‘솔직하게 말하면 잘못이 없어지는구나’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잘못은 해결해야 하지만 사실을 숨길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반복된다면 거짓말 횟수보다 직전 상황을 살펴보세요
아이가 반복해서 사실과 다른 말을 하면 부모는 자연스럽게 횟수를 세게 됩니다. 이번 주에 몇 번 거짓말했는지, 지난번에도 같은 말을 하지 않았는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럴 때는 거짓말 직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숙제와 관련해서만 계속 사실을 숨긴다면 ‘거짓말을 많이 하는 아이’라고 판단하기 전에 숙제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닌지, 못 했다고 말했을 때 혼날까 봐 걱정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안 어질렀어.”라고 한다면 정리하기 싫은 마음이나 책임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인지 볼 수 있습니다.
친구와 있었던 일을 계속 다르게 이야기한다면 누구의 말이 맞는지를 바로 판단하기 전에 어떤 상황에서 이야기가 달라지는지도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창하게 기록할 필요도 없습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될 때 세 가지만 생각해 보세요.
| 확인할 것 | 살펴볼 부분 |
|---|---|
|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 | 숙제, 정리, 형제 갈등처럼 반복되는 상황이 있는지 봅니다. |
| 무엇을 피하려 했나 | 혼나는 것, 부모의 실망, 책임, 실패 중 무엇이 부담스러웠는지 살펴봅니다. |
| 사실을 말했을 때 어떻게 반응했나 | 다음에도 아이가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반응이었는지 부모도 돌아봅니다. |
그렇다고 거짓말을 괜찮다고 받아주자는 의미는 아닙니다. 사실과 다른 말은 분명하게 바로잡아야 합니다. 다만 아이 자체를 “거짓말쟁이”라고 판단하기보다 이번 행동과 해결해야 할 일을 구분해서 이야기하는 편이 좋습니다.
거짓말이 반복되면서 학교생활이나 친구 관계에 계속 문제가 생기거나, 불안이나 공격적인 행동처럼 다른 어려움도 함께 지속된다면 거짓말만의 문제로 보지 않고 아이의 전반적인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가 판단하기 어렵다면 소아청소년과나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해 현재 상황을 함께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아이가 하지 않은 숙제를 다 했다고 말했을 때는 거짓말했다는 사실에 먼저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왜 사실을 숨기고 싶었는지까지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사실과 다른 말을 했을 때는 바로 “왜 거짓말했어?”라고 묻기 전에 한 번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지금 이 아이는 무엇을 피하고 싶었던 걸까?”
혼나는 것이 무서웠는지, 부모를 실망시키기 싫었는지, 하기 어려운 일을 숨기고 싶었던 것인지 이유를 알게 되면 다음에 어떤 대화를 해야 할지도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거짓말을 들키게 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는 숨기지 않고 먼저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저는 그것도 아이에게 정직함을 알려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우리 아이의 건강한 성장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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