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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발달

질문하면 “몰라”라고만 하는 아이, 정말 대답을 모르는 걸까요?

by daily8 2026. 8. 12.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오늘 뭐 했어?”라고 물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한마디입니다.

 

“몰라.”

 

“점심은 뭐 먹었어?”라고 다시 물어도 “몰라.”, “누구랑 놀았어?”라고 물어도 또 “몰라.”라고 합니다. 분명 어린이집에서는 여러 활동을 했을 텐데 계속 모른다고 하면 부모는 답답해집니다.

 

정말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요? 말하기 귀찮아서 그러는 걸까요? 혹시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이의 “몰라”를 모두 같은 의미로 해석하면 중요한 차이를 놓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몰라’는 정말 답을 모른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기억은 나는데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거나 질문이 너무 넓거나 지금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몰라라고 하지 말고 제대로 말해.”라고 고치기 전에 먼저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아이가 대답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고 있는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입니다.

“오늘 뭐 했어?”는 생각보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어른에게 “오늘 회사에서 뭐 했어?”라고 물어보면 우리는 하루 동안 있었던 여러 사건 가운데 이야기할 만한 것을 골라 순서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아이에게는 이 짧은 질문 하나에도 여러 과정이 필요합니다.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그중 무엇을 이야기할지 선택하고, 사건의 순서를 정리하고, 적절한 단어를 찾아 문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질문을 이해하는 것과 대답을 만들어 내는 것은 같은 능력이 아닙니다.

 

특히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묻는 것과 몇 시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려 설명하는 것은 난이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어도 “오늘 뭐 했어?”라는 넓은 질문에는 쉽게 답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부모가 질문을 조금만 바꿔보면 차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어려운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세요
넓은 질문 대답하기 쉽게 바꾼 질문
오늘 뭐 했어? 오늘 밖에서 놀았어, 교실에서 놀았어?
뭐 먹었어? 점심에 밥 먹었어? 면 먹었어?
누구랑 놀았어? 오늘 ○○랑 같이 놀았어?
어린이집 재미있었어? 오늘 제일 재미있었던 게 놀이였어, 간식 시간이었어?

 

예를 들어 “오늘 뭐 했어?”에는 계속 “몰라.”라고 하던 아이가 “오늘 놀이터 나갔어?”라는 질문에는 “응. 미끄럼틀 탔어.”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오늘 있었던 일을 전혀 모르는 것이 아니라 넓은 질문에서 필요한 기억을 찾아내고 말로 구성하는 과정이 어려웠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선택형 질문만 계속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밖에서 놀았어, 안에서 놀았어?”처럼 기억을 꺼낼 단서를 주고, 아이가 “밖에서.”라고 대답했다면 그다음에는 “밖에서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처럼 조금 더 넓은 질문으로 이어가는 방법이 좋습니다.

 

선택지는 정답을 대신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기억을 꺼낼 첫 번째 손잡이를 만들어 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같은 “몰라”라도 그다음 행동을 보면 이유가 달라집니다

 

부모가 가장 알고 싶은 것은 이것일 것입니다.

 

“우리 아이는 정말 몰라서 몰라고 하는 걸까?”

 

한 번의 대답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신 질문을 조금 바꿨을 때 아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면 도움이 됩니다.

“몰라” 다음 반응을 관찰해 보세요
아이의 모습 먼저 살펴볼 부분
선택지를 주면 바로 대답함 질문 범위가 너무 넓었던 것은 아닌지 봅니다.
사진이나 물건을 보면 이야기를 시작함 기억을 꺼내는 단서가 필요한지 살펴봅니다.
잠시 기다리면 뒤늦게 대답함 대답을 생각하고 문장으로 만드는 시간이 필요한지 봅니다.
하원 직후에만 계속 “몰라”라고 함 피곤하거나 대화할 여유가 없는 시간인지 확인합니다.
쉬운 질문에도 자주 대답하지 못함 질문 이해와 언어 표현 전반을 조금 더 관찰합니다.

 

여기서 부모가 놓치기 쉬운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질문의 타이밍입니다.

 

어린이집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온 아이에게 하원하자마자 “오늘 뭐 했어?”, “밥은 먹었어?”, “선생님이 뭐라고 했어?”, “친구랑 잘 놀았어?”라고 연달아 질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모에게는 관심의 표현이지만 아이에게는 피곤한 상태에서 여러 개의 답을 만들어야 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하원 직후에는 질문부터 하지 않고 잠시 쉬게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간식을 먹거나 집으로 걸어오는 동안 편안하게 시간을 보낸 뒤 부모가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입니다.

 

“엄마는 오늘 점심에 국수를 먹었는데 조금 매웠어.”

 

이렇게 말한 뒤 바로 “너는?”이라고 묻지 않고 기다려 보세요. 아이가 “나는 밥 먹었는데.”라며 스스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대화를 계속 질문과 대답의 형태로 만들기보다 부모가 먼저 경험을 이야기하고 아이가 끼어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도 방법입니다.

“몰라”를 없애기보다 아이가 대답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보세요

 

아이가 계속 “몰라.”라고 하면 부모도 답답해서 “맨날 모른다고 하지 말고 생각해 봐.”라고 말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말만 반복하면 아이에게는 대화가 ‘정답을 맞혀야 하는 시간’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대신 며칠 동안 한 가지 실험을 해보세요.

 

같은 내용을 세 가지 방식으로 물어보고 어떤 질문에서 대답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에게 맞는 질문 찾기
질문 단계 예시
1단계 넓게 묻기 오늘 어린이집에서 뭐 했어?
2단계 범위 줄이기 오늘 교실에서 놀았어, 밖에서 놀았어?
3단계 단서 주기 선생님이 보내준 사진에는 블록이 있던데 블록으로 뭐 만들었어?

 

1단계에서는 “몰라.”라고 했지만 2단계나 3단계에서는 이야기가 시작된다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제대로 대답하라”는 요구보다 생각을 꺼낼 수 있도록 질문의 범위를 줄여주는 것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모가 눈앞의 사물을 가리키며 묻는 간단한 질문이나 아이가 아주 잘 알고 있는 내용에서도 질문을 이해하기 어려워하거나 대답하는 데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보인다면 조금 다르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질문의 의미를 자주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말로 표현하는 데 또래보다 눈에 띄는 어려움이 있으며, 이런 모습이 집뿐 아니라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도 반복된다면 단순히 “대답하기 싫어하는 아이”라고 단정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의 말과 언어 발달이 걱정된다면 소아청소년과 진료나 언어발달 관련 전문가 상담을 통해 현재 발달 상태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부모가 발달에 대한 걱정을 계속 느끼고 있다면 막연히 기다리기보다 구체적인 모습을 기록해 의료진에게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도 “우리 아이가 맨날 몰라고 해요.”라고만 설명하기보다 어떤 질문에서 어려워하는지를 기록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오늘 뭐 했어?”에는 대답하지 못하지만 눈앞의 사물에 관한 질문에는 잘 대답하는지, 선택지를 주면 답할 수 있는지, 충분히 기다리면 이야기하는지, 어린이집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있는지를 함께 적어보세요.

 

오늘부터 “몰라”의 횟수를 세지 말고, 어떤 질문에서 “몰라”가 나오는지를 세어보세요.

 

아이의 대답을 바꾸려고 하기 전에 질문을 바꿔보는 것입니다. 넓은 질문 하나를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꾸고, 대답을 재촉하기 전에 몇 초 기다려 보고, 하원 직후라면 질문 대신 부모의 이야기를 먼저 건네보세요.

 

그러면 “몰라”라고만 하던 아이가 사실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몰랐다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몰라”를 없애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아이가 생각을 꺼내고 자신의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대화를 만드는 것, 그것이 부모가 먼저 바꿔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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