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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발달

아이에게 몇 번을 말해도 움직이지 않아요, 정말 말을 안 듣는 걸까요?

by daily8 2026. 8. 11.

“양치하자.”

대답이 없습니다. 조금 뒤 다시 말합니다.

“이제 양치해야 해.”

그래도 아이는 하던 놀이를 계속합니다. 결국 세 번째, 네 번째에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그제야 아이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부모는 답답해집니다. ‘분명히 들었는데 왜 한 번에 하지 않을까?’, ‘내가 화를 내야만 말을 듣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먼저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이가 부모의 말을 듣는 것과, 들은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부모의 말을 들었더라도 하던 행동을 멈추고, 지시를 기억하고, 다음 행동으로 전환해 실제로 시작하려면 여러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몇 번을 말해야 움직인다”는 문제를 무조건 고집이나 버릇으로 해석하면 정작 아이가 어느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지 놓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아이를 빨리 움직이게 만드는 방법보다 우리 아이가 ‘듣기 → 이해하기 → 멈추기 → 시작하기’ 가운데 어디에서 자주 멈추는지부터 찾아보겠습니다. 이 차이를 알면 부모가 반복해서 말해야 하는 횟수를 줄이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분명 들었는데 움직이지 않는다면 네 단계를 나눠보세요

부모가 “장난감 정리하고 손 씻어. 그리고 식탁에 앉아.”라고 말하면 어른에게는 간단한 지시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하던 놀이를 멈추고, 세 가지 행동을 기억한 다음, 순서대로 실행해야 하는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재미있는 놀이에 집중하고 있을 때는 부모의 목소리가 들렸더라도 바로 주의를 옮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응”이라고 대답해 놓고도 다시 장난감을 만지는 모습이 나타나는 이유를 여기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고 느껴질 때 행동을 네 단계로 나눠서 보는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아이는 어느 단계에서 멈추고 있나요?
단계 아이에게 필요한 과정 부모가 볼 수 있는 모습
듣기 부모의 말에 주의를 돌립니다. 불러도 반응하지 않습니다.
이해하기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듣습니다. “뭐 하라고?”라고 다시 묻습니다.
멈추기 지금 하고 있는 행동을 끝냅니다. 대답은 하지만 놀이를 계속합니다.
시작하기 해야 할 첫 행동을 실행합니다. 놀이를 멈췄지만 그대로 서 있거나 다른 일을 합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해결 방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아이에게 계속 설명하는 것과,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만 하던 놀이를 끝내기 어려운 아이에게 계속 설명하는 것은 같은 결과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알았어.”라고 대답하면서도 계속 블록을 만들고 있다면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다기보다 현재 행동에서 다음 행동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먼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몇 번 말했어?”보다 첫 번째 말이 전달되는 환경을 바꿔보세요

아이에게 같은 말을 반복하다 보면 부모의 지시는 점점 길어집니다. “이제 정리하라고 했지? 아까부터 몇 번을 말했어. 빨리 정리하고 손 씻고 밥 먹어야 한다고 했잖아.”처럼 설명과 감정이 한꺼번에 섞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반복 횟수를 줄이려면 오히려 첫 번째 말을 전달하는 방식을 바꿔보는 편이 낫습니다.

 

멀리서 여러 번 부르기보다 아이 가까이 가서 주의를 얻은 다음, 한 번에 해야 할 행동 하나만 말해보세요. “장난감 정리하고 손 씻고 밥 먹자”보다 “블록을 상자에 넣자”처럼 지금 시작할 첫 행동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부모가 말을 한 직후 아이가 움직일 시간을 실제로 주고 있는지입니다. 첫 지시가 끝난 지 몇 초 되지 않아 두 번째 지시가 이어지면 아이에게는 첫 번째 말을 처리하고 행동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반복해서 말하기 전에 바꿔볼 부분
이렇게 말하고 있다면 이렇게 바꿔볼 수 있습니다
“빨리 준비해.” “양말부터 신자.”
“정리하고 씻고 밥 먹어.” “자동차를 상자에 넣자.”
다른 방에서 여러 번 부르기 가까이 가서 주의를 얻은 뒤 말하기
첫 말 직후 다시 재촉하기 행동을 시작할 시간을 잠시 기다리기
“왜 또 안 해?” “지금 첫 번째로 뭘 해야 하지?”

 

특히 “빨리 준비해”, “제대로 해”, “착하게 있어”처럼 어른에게는 익숙한 말도 어린아이에게는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모호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바로 행동하기를 원한다면 추상적인 표현보다 눈앞에서 시작할 수 있는 행동을 말해주는 편이 좋습니다.

 

이 방법의 목적은 부모가 모든 행동을 하나씩 지시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행동의 시작점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익숙해지면 조금씩 아이가 스스로 다음 행동을 이어가도록 기다리는 것입니다.

일주일 동안 ‘몇 번 말했는지’ 대신 ‘어디서 멈췄는지’를 기록해 보세요

아이의 행동을 바꾸려고 하면 하루에도 여러 방법을 시도하게 됩니다. 목소리를 낮춰보기도 하고, 크게 말하기도 하고, 기다렸다가 결국 부모가 대신 해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반응이 계속 달라지면 무엇이 효과가 있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며칠 동안은 아이가 말을 잘 들었는지를 평가하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행동 시작이 특히 어려웠는지를 관찰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아이의 행동 시작 패턴 찾기
확인할 내용 찾아보려는 단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놀이·영상처럼 중단하기 어려운 활동에서 반복되는지 봅니다.
몇 가지를 한꺼번에 말했나요? 지시가 길어질 때 더 어려워지는지 비교합니다.
하루 중 언제였나요? 피곤하거나 배고픈 시간대와 겹치는지 봅니다.
어느 단계에서 멈췄나요? 듣기·이해하기·멈추기·시작하기 중 반복되는 지점을 찾습니다.

 

기록하다 보면 “우리 아이는 원래 말을 안 들어.”라는 생각과 다른 패턴이 보일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한 번에 움직이는데 영상이나 블록 놀이를 끝낼 때만 유독 어려울 수도 있고, 아침에는 괜찮지만 저녁이 되면 여러 번 말해야 움직이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상황에서 훈육을 강화하기보다 문제가 자주 생기는 순간을 먼저 바꿀 수 있습니다. 놀이 전환이 어렵다면 “이제 그만해”라고 갑자기 끝내기보다 “자동차 세 번 더 굴리고 정리하자”처럼 끝나는 시점을 미리 알려주는 방법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단순히 하기 싫어서 버티는 상황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도 감정을 인정하는 것과 해야 할 일을 없애주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 놀고 싶은 건 알아. 그래도 지금은 씻을 시간이야.”처럼 마음은 받아주되 생활의 기준은 유지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이것 하나만 해보세요.

아이에게 세 번, 네 번 말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면 바로 목소리를 높이기 전에 첫 번째 말을 떠올려 보세요. 아이가 못 들은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것인지, 하던 것을 멈추지 못한 것인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것인지 한 가지만 구분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에는 그 단계에 맞게 말해보세요. 놀이를 멈추기 어려운 아이라면 미리 끝을 알려주고, 여러 지시를 기억하기 어려워 보인다면 한 번에 하나만 말하고, 시작을 어려워한다면 첫 행동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식입니다.

 

다만 부모뿐 아니라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도 간단한 지시를 이해하고 수행하는 데 지속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매우 적거나 언어 이해·주의집중·일상생활에서도 비슷한 어려움이 반복된다면 단순히 “말을 안 듣는 성격”으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담임교사와 다른 환경에서의 모습을 비교해 보고, 필요하다면 소아청소년과나 발달 관련 전문가에게 현재 모습을 상담해 볼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몇 번을 말해야 움직인다고 해서 곧바로 말을 안 듣는 아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부모의 말을 듣고 실제 행동을 시작하기까지 아이에게는 생각보다 여러 단계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말을 안 듣지?” 대신 “우리 아이는 어느 단계에서 멈추고 있지?”라고 질문을 바꿔보세요. 같은 행동을 보더라도 부모가 찾아야 할 답이 훨씬 구체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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